0502 미션- 지각하지 않기
날씨 : 햇빛이 쨍쨍하지만 바람이 시원한 듯 춥게 부는 마치 3월로 다시 되돌아온듯한 날씨
토요일에 예담이와 명동에 가기로 했다. 요즘 원래 나에 비하면 일찍 일어나고 있었는데 아침에 피곤한 눈으로 일어나니 9시 40분… 나는 ‘헉 큰일 났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생각과는 달리 가장 먼저 한 말은 “하… 아!!… 망했다” 선생님께서 망했다는 말은 쓰지 말라고 하셔서 안 쓰고 있었는데 습관은 무서운 건가 보다. 무의식적으로 나와버렸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다시 침대에 누웠다. ‘11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나는 두뇌 풀가동을 했다. 어떻게 하면 11시에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예담이한테 12시에 만나자고 해야 되나?’
고민 끝에 그냥 준비하기로 했다. 내가 준비하는 속도가 좀 많이 아니, 매우 많이 느리다. 요샌 아침에 지각을 해서 초스피드로 준비하지만 보통 엄청 느리게 준비한다. 그래서 나는 ‘꾸물대지 말고 빨리 준비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비몽사몽 한 상태로 화장실로 들어가 씻었다.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집히는 대로 입었다. 로션과 선크림을 바르고 머리를 빗고 고데기를 켜놓은 뒤 그대로 소파에 누웠다. 핸드폰을 충전하며 페이스북에 들어가 스토리를 구경했다. 꾸물대지 않은 끝에 핸드폰을 볼 여유까지 생겼다. 한참을 스토리만 보다가 고데기를 켜놓은 게 갑자기 내 머리를 스쳐갔다. 나는 “아 맞다!!!”라는 말과 함께 안방으로 달려갔다. 거울을 봤는데 소파에 누워있어서 그런지 머리가 다 헝클어졌다. 나는 조금 킹 받은 상태에서 머리를 빗고 고데기를 했다. 아뿔싸 고데기가 내 손에 닿음과 동시에 내 이마에 닿았다. “앗 뜨거워!” 나는 진짜 킹 받아서 짜증을 내며 준비했다. 그렇게 준비를 거의 다 했을 때 동생이 나한테 소리쳤다. “누나!! 전화와!” 나는 고작 안방에서 거실로 가기 귀찮아서 동생에게 가져오라고 시켰다.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부려먹듯이 시켜서 동생이 불쌍하기도 하다. 동생에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 핸드폰을 가져왔다. 예담이었다. 예담이 전화를 받으니 예담이가 자신이 머리를 감은 뒤 누워서 핸드폰을 보다가 잠이 들어서 머리를 못 말렸다며 11시 30분에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으휴 준비 거의 다했는데 알겠어”라고 했다. 예담이가 지각해서 화가 난 것처럼 대답했지만 속은 ‘오예 나가기 좀 누워있고 싶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른 양말을 신고 지갑을 챙겼다. 그 순간 편안하고 포근해 보이는 너무 아름다운 나의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침대로 갔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그래 지금 누우면 머리 또 빗고 고데기 다시 해야 돼. 눕지 말자’라고 생각했지만 몸 따로 마음 따로 이끌리듯 침대로 다가가 누웠다. “그래 아직 11시야. 충분히 머리 다시 할 수 있어.”라는 자기 합리화와 함께 핸드폰을 했다. “어라? 지금 11시 20분이네..” 순식간에 20분이 지나갔다. 나는 ‘머리만 다시 하고 얼른 나가야지’라고 생각한 뒤 얼른 머리를 다시 했다. 그리곤 약속시간보다 더 일찍 나와서 예담이네 동 앞에서 기다렸다. ‘늦게 일어났지만 완벽한 준비 실력으로 인해 지각을 하지 않았어.. 굉장한걸’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