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룸

0627 지옥에서 온 단호박

골룸10 2022. 6. 27. 11:00

만약 내가 과거로 간다면 나는 날짜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4월쯤으로 가고 싶다. 왜냐하면 그때 나는 저녁을 먹으려고 하고 있었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외롭지만 혼자 단호박을 쪄서 먹으려고 했었다. 냄비에 물을 붓고 위에 찜기를 올려놓고 단호박을 잘라 넣었다. 그때는 너무 배가 고파서 빨리 먹으려고 불을 최대로 켜놓고 핸드폰으로 열심히 게임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 이때는 불을 최대로 켜놓고 있으면 단호박이 빨리 쪄지는 줄 알았음.. ) 한 3분 지났나 갑자기 탄내가 나기 시작했는데 나는 단호박을 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단호박 쪄지는 냄새인 줄 알고 안을 열어 보지도 않고 핸드폰만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탄내가 더 심하게 나서 코를 막고 냄비를 열어봤더니 형태를 알아볼 수가 없는 지옥에서 온 새끼만 단호박이 있었다. 갑자기 인생이 힘겹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단호박은 다 쪼그라들고 찜기도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까맣게 타 있었다. 치울 생각을 하니 피곤해졌다. 야래 야래. 찜기도 태워 버렸으니 증거를 없앨 수도 없었다. 일단 단호박은 음식물 쓰레기 통에 버리고 찜기는 탄 부분을 그나마 깨끗하게 씻어서 재 자리에 두고 손톱을 뜯으며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가 와서 주방을 살폈다. 엄마에 입에서 한숨이 나오는 순간 잔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각오는 했지만 잔소리는 언제 들어도 듣기 싫은 건 마 친가지 였다. 만약 이때로 돌아간다면 단호박을 잘 쪄서 칭찬받을 일은 없겠지만  엄마한테 칭찬이라도 받고 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