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1 초능력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몸이 이상했다. 왠지 더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하늘을 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달력을 보니 다시 몸이 무거워졌다. 8월이었다. 게다가 화요일. 화요일은 항상 몸이 무겁다. 그래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7시 20분. 짜증 나게도 정확하게 일어나 버렸다.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머리를 감고 나와서 아침을 먹은 다음 양치를 하고 가방을 메었다. 여름 방학이 지난 지 별로 되지 않았는데 벌서 겨울 방학을 기다리는 나. 한심하면서도 나 자신이 불쌍하기도 했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창밖을 보니 아침에 들었던 가벼운 기분이 다시 들었다. 나는 창문으로 걸어갔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그리고는 창문을 열어서 슈 우우우우우우우우 우웅 떨어졌다. 한 10층 정도 떨어졌을 때는 정신이 들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는 비명을 지르려고 호흡을 들이마시고 있는데… 퍽! 땅에 머리부터 박으며 떨어졌다. 아… 빛이 보였다. 햇빛이었다. 가을이 다 되어가는데 햇빛은 여름처럼 계속 밝아 보였다. 감성에 젖어 헤롱헤롱 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사람이 놀라서 달려왔다. “괜찮니?”
“네? 저요?”
내 몸은 멀쩡했다. 손가락 10개가 제대로 나 있었고 발가락도 눈, 코, 입도 다 멀쩡했다. 하지만 내가 떨어진 바닥은 안 괜찮아 보였다. 나는 경비 아저씨가 달려와 아파트
바닥에 대해 여러 말씀을 하실까 봐 아주머니께 “저는 관찮아요^^”라고 말한 뒤 서둘러 학교로 뛰어가려는데… 우와악! 엄청났다. 한 걸음 정도 걸었을 시간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학교였다. 나는 온갖 생각을 했다. ‘뭐지 엄마가 내가 먹은 아침에 독이라도…?’ 아무튼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두근거렸다.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학교까지 온다면 30분이면…? 지금 시각은 8시 10분. 충분히, 아니 시간이 넘쳐흘렀다. 그래서 나는 학교 가기 전까지 나의 한계를 보기로 했다. 그리고 달렸다. 슈워 아악!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렸다. 하지만 갑자기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달리다가 멈췄는데 차도 한복판이거나 바다 같은 깊은 물속이면 어쩌지?’ 그래서 멈출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달렸다. 너무 빨라서 앞이 잘 안보였다. 신기한 건 아무리 달려도 숨이 차지 않았다. 12분 정도 달렸을 때는 이젠 멈춰야겠다는 생각에 멈췄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앗! 생각해 보니 12분 동안 달렸으면 다시 되돌아 가는데도 12분! 나는 내가 왔던 길을 따라 다시 달리기 위해 뒤를 돌았는데 내가 왔던 길은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너무 빨랐나? 왠지 다시 되돌아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천천히 걷기로 했드아아아아아악! 천천히 걷는 것도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택시가 온 것 같았다. 나는 멀리서 택시를 보고 뛰어갔다. 또 뛰어 버렸고 나는 택시에 부딪히고 택시를 밟아서 날아갔다. 날아가는 것도 얼마나 빠른지 우주까지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우주에 있는 화성까지만 갔다가 오기로 했다. 내 몸은 계속해서 날아가 하늘이 점점 검게 될 때까지 날아갔다. 아 우주인가? 점점 하늘이 어두워지고 내 몸 주변에서 불꽃이 튀겼다. 내 몸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몸은 끄떡없었고 우주까지 날아가버렸다. 나는 꼭 한 번 무중력을 체험해보고 싶었는데 무중력 체험은커녕 무중력도 뚫어버리는 속도로 달에 부딪혀 버렸다. 쿵! 달에 금이 갔다. 내 머리는 멀쩡했다. 달이 깨지면 지구로 날아와 지구를 다 박살 낼 수 있었기에 나는 달이 깨지지 않게 내 머리를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그리고 화성으로 날아가려고 하는데! 시계를 보니 8시 50분이었다. 달을 밟고 다시 지구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피슈 우우우 우웅 다시 내 몸에 불이 붙기 시작했지만 내 몸은 끄떡없었다. 지구가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슈퍼맨처럼 도착! 내가 떨어진 곳은 아파트 15층에서 떨어졌던 그 자리였다. 그리고 누구보다 빠르게 학교로 가려고 하는데 기운이 빠졌다. 그리고 빠르게 달릴 수가 없었다. 기운이 다 된 것 같았다. 너무나도 속상했지만 학교에 늦으면 더 속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원래 속도로 학교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