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1 6학년인 저에게 이제 패밀리 링크는 맞지 않습니다.

4학년 때 겨우겨우 엄마를 설득해서 얻어낸 ‘아이폰’. 저는 아주 기뻤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의 핸드폰에 스크린 타임이라는 패밀리 링크를 제 휴대폰에 집어넣으셨습니다. 부모님께서 패밀리 링크를 처음 걸으셨을 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고 부모님과의 불화의 씨앗이 되어버린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것 말고도 다른 문제 상황이 아주아주 많습니다.

먼저 친구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패밀리 링크로 카카오톡등의 문자 앱을 시간 제한 걸어버리면 친구들과의 소통이 줄어들어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학교에서 해야하는 모둠할동이 많아서 친구들과 핸드폰으로 소통할 때가 많은데 저에게 주어진 카카오톡 시간은 겨우 20분. 그걸로는 턱도 없이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충분하다고 느끼실 수 있겠지만 아니요. 모둠활동의 주제, 어떻게 해야할지 정하기만 해도 시간이 다 가버립니다. 또한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아주 아주 중요한 게임과 유행을 따라가지 못해도 문제가 생깁니다. 제가 주로 많이하는 배틀그라운드. 실력과 티어가 아주 중요한 게임입니다. 게임에서의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아주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배그에서는 감도나 설정이 아주 중요하고요. 저는 배그가 나왔을 때 부터 약 3년간 하고 있는데 최고 티어인 정복자를 한 번도 못찍었습니다. 게다가 실력도 아주아주 천천히 늘어서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뭐 제 스스로 배그를 못해서 속상한 것이면 제가 스스로 다독이면 되요. 하지만 친구들, 사촌들 모두 저에게 무시하는 발언을 쏟아냅니다. “배그 3년이나 했으면서 이것 밖에 못하냐”, “너는 어떻게 실력이 늘지를 않냐.”, “너는 그렇게 오래했는데 아직도 티어가 골드냐” 등의 말을 저에게 아주 많이합니다. 제가 실력이라도 엄청 좋으면 이런 것들을 다 이겨낼 수 있는데 실력을 키울 시간도 없어서 이런 말들을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더 속상한 건 요즘은 엄마, 아빠도 저의 실력을 평가하더라구요. 얼마나 속상한지 아십니까? 다른 사람이 저를 평가한다는 건 아주 기분 나쁜 일입니다. 심리적으로도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한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것들을 따라가지 못하면 학교나 밖에서 친구들과 놀 때 문제가 많이 생깁니다. 유튜브를 40분 밖에 못보는 저로서는 유행을 따라가기 힘듭니다. 유튜브를 집에 박혀서 하루 종일 보는 것을 원하는게 아니라 그냥 엘레베이터 기다릴 때나 시간이 남을 때 엄마 눈치 없이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세번째로 스스로 하는 능력이 저하됩니다. 저는 이제 초등학교 6학년. 조금 있으면 졸업해서 중학생이 되고 조금있으면 고등학생이 되고 또 조금 있으면 성인입니다. 어른이 되려면 스스로 자신을 제어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하지만 패밀리 링크로 저를 강제로 제어시키면 스스로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걱정하시는 것은 제 스스로 제어를 하지 못해 패밀리 링크를 거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스스로 제어하는 능력은 키워지지 않고 결국 제어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릴 것 입니다. 제가 핸드폰을 적당히 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선 제 스스로 제한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언제까지나 저를 통제 할 순 없으니 이제 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패밀리 링크는 저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고 생각 합니다. 패밀리 링크에는 별의 별 내용이 다 나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제가 무슨 앱을 몇 시간 했는지도 다 나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저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 입니다. 이제 저는 한창 예민할 6학년인데 그렇게 제가 뭘하는지 다 감시해버리면 제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패밀리 링크를 볼 때마다 예민해질 수 밖에 없어요. 제 입장에선 이렇게 엄마가 제 스크린 타임을 보고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아 내가 줄여야 겠다.’ 가 아닌 ‘내가 뭘 했는지 왜 계속 보는 거지? 스크린 타임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 밖에 안 들어요. 그러면 저는 엄마에게 화를 내고 결국 싸우게 됩니다.
6학년이 된 저를 믿고 스크린 타임을 풀어주세요. 마냥 안됀다가 아니고 생각해 주세요. 스크린 타임은 저희 가족의 불화의 씨앗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화의 씨앗 스크린 타임을 해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