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덥다.. 곧 있으면 바닥에 송충이가 있을 텐데… 으악ㄱ
맨날 하는 생각이다. 토요일 아침에 사고 싶은 것이 있어서 나가서 사 오려고 했었다. 난 왜 항상 과거형인지 모르겠다. 예상한 그대로다. 난 역시나 집에만 박혀있었다. 오리가 놀자고 했지만 너무 귀찮아서 거절했고, 일요일도 별 일 없이 집에서 보내려고 했다. 그러던 중 점심에 오리에게 카톡이 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난 방구석 잠탱이가 아니기 때문에 2일 중 한 번은 밖에 나가야 할 것 같아서 오리가 놀자고 하는 것을 받아줬다. 나갈 준비를 하고, 나왔는데… 기다려도 오리가 오질 않길래 그냥 분수를 보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 (사실 별로 안 기다렸다.) 분수대를 계속 쳐다보다가, 내 옆에 벌이 날아다니길래 속으로 기겁하며 놀이터 쪽 벤치로 가 핸드폰을 봤다. 역시나 알림이 안 왔다. 아마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을 것이다. 계속 서 있다가, 뒤를 돌아보니 오리가 오고 있었다. 오리와 운명의 재회 후, 난 오리를 끌고 어디로 갈까… 하다가 필수 코스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으로 갔다. (사실 내가 끌려갔다) 오리의 목적은 짱구 키링이었다. 난 별 관심은 없어서 그냥 따라갔는데, 멍청한 오리의 눈에 보인 건 빈 키링 박스였다. 오리는 어이가 없었는지 갑자기 “아이스크림 먹어야지~~” 하고 뽕따를 집어 들었다. 난 맨날 먹던 하리보 젤리를 사 나왔다. (오리의 뽕따 꼭지는 내가 잘 먹었다.^^) 먹을 걸 사고 나니 할 게 없어서 아는 사람을 찾아보자! 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어쩌다 보니 공놀이하는 사람들을 만나 구경하다가, 뻔뻔한 오리가 공놀이하던 사람의 공을 두 번이나 뺏었다. 그래서 내가 혼을 좀 냈다. 빠르게 이동해서 평소에 자주 가던 놀이터 근처에 있는 의문의 계단으로 내려갔는데, 지하주차장이었다. 길을 잃어버렸다. 아… 운도 없어라. 몇 분 동안 헤매다 내가 상상력을 발휘해 질문을 하나 던졌다. “그냥 차 태워달라 할까..?” 오리는 어림도 없다는 듯 무시했다. 난 또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내가 여기서 차에 치이면 넌 어떻게 할 거야?” 역시나 아무 말도 안 했다. 심각한 분위기로 걷다 보니 길을 찾아냈다. 목도 말랐으니 편의점으로 가서 멍청한 오리는 멍청한 오리답게 내가 저번에 먹었던 쿠키 앤 크림 우유를 먹을 줄 알고 자신 있게 들었다가 내가 뽀로로 주스를 먹는다고 하자 어이없음을 표현했다. 어쨌든 오리는 닭꼬치와 콜라, 나는 뽀로로 주스를 사 나왔다. “… 야 나 배불러…” 근처 놀이터에서 산 간식들을 먹는데, 이 뻔뻔한 오리는 겨우 닭꼬치, 심지어 하나를 먹고 배가 부르다고 찡찡댔다. (심지어 콜라도 안 먹었다) 난 이해가 안 됐다. 역시 오리의 머릿속은 모르겠다.. 그럴 만하다.. 닭꼬치를 다 먹고, 오리가 맵다고 콜라를 깔까 말까 하는데 그냥 까라고 하니 싫다고 했다. 지가 사놓고 안 먹는 건 대체 뭔가 했다. 그러고 몇 분 뒤, 멍청한 오리는 콜라를 결국 까 마셨다. 속이 시원했다. 난 오리가 트림을 하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결국 오리는 끝까지 트림을 내뱉지 않았다… 너무너무 아쉬웠다. 다음에는 오리에게 콜라를 많이 먹여야겠다고 생각하며 계속 평화롭게(?) 놀다가, 오리가 자기는 가겠다며 태연하게 가버렸다. 이이이… 역시 뻔뻔한 오리다.
뜬금없지만, 글을 쓰며 어제 일을 다시 생각해보니 길가에 개똥도 있었다. 꽃도 다 전멸해 있었다. 아무리 날씨가 확 변해도 그렇지 이렇게 한 번에 다 죽을 수 있는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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