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마지막

윤윤10 2022. 11. 28. 11:35

일요일... 3개월간의 긴 여정(?) 끝에 마지막 날이 다가와 버렸다. 바로 사격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3개월 동안 매주 가던 길이 새롭게 느껴졌달까...? 느낌이 이상했다. 평소처럼 엄청 늦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고 제시간에 왔다. 그냥 가는 길이 이상했다. 감정도 달랐다. 마지막이라 하니.. 벌써부터 아쉬웠다. 한편으로는 드디어 끝이구나...!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런 마음보다 좌절스럽고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강대 사격장에 발을 들여 다른 때와 같게 온도를 측정하고 날짜도 쓰고 이름도 쓰고 체온도 썼다. 가벼운 마음으로 의자에 앉고 10분이 지날 때까지 아무것도 없는 내 폰만 들여다보았다. 10분이 지나가 10주 만에 보는 소총 선생님이 출석체크를 했다. '왜 10주 동안 안 나오셨던 거지?'라는 의문을 굉장히 많이 품고 있었는데 그런 마음이 아주 깨끗하게 사라졌다. "자아 오늘 마지막 날인 거 알고 있죠? 오늘은 1시간은 연습하고 나머지 1시간은 게임을 할 거예요"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눈치를 봤다. 역시나 다름없이 4학년 짜리 2명이 소총을 쏘러 가고 권총을 아주 사랑하는 것 같은 5학년 애는 권총으로 뛰어갔다. 어떤 5학년 여자애도 권총을 쏘러 뛰어갔다. 나는 항상 늦게 쏜다. 빨리 쏘고 싶지만 그래야 한다. 이상하게 내가 첫 번째로 쏘는 건 규칙에 어긋나는 것 같다고 나 자신이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권총을 먼저 쏘러 갔다. 영점을 맞추고 20발씩 쐈다. 잘 못 맞으면 93점 잘 맞으면 96점이었다. (10발 쐈을 때) 난 굉장히 뿌듯했다. 4학년 남자애들은 소총이 더 좋다고 소총만 쏜다. 소총은 소수점까지 다 점수를 매겨주기 때문이다. 반면 권총은 소수점 따위 없다. 권총은 9.9점을 맞춰도 '9'라고 뜬다. 그래서 다들 권총 쏘는 걸 싫어한다. 소총을 좋아하는 애들이 많기 때문에 나는 1시간 동안 소총을 고작 1번 쐈다. 쐈을 때 101.@가 나왔다.(10발 기준) 1시간이 지난 후 게임을 시작했다. 3:3:3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한 팀이 쏜 점수를 다 합산해서 누가 더 높은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8명이라서 어떤 팀은 선생님이 들어가셨다. 선생님은 선수이시니까 우리보다 잘 쏘실게 뻔했다. 그래서 일단 팀전은 포기한 상태였다. 먼저 소총을 쐈다. 소총은 103.9점으로 오늘 내가 1번 쏜 소총보다는 높게 쏜 점수였다. 그래서 굉장히 마음이 편안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소총을 제일 잘 쐈기 때문이다. 한참 기다린 끝에 권총을 쐈다. 하하하하..... 분명 나는 권총을 연습 때까지만 해도 96점을 쏘던 사람이었다. 다른 애들도 연습할 때는 10발로 56점을 맞췄다. 근데 실전에서는 그런 애가 96점을 맞췄다. 아까 설명했다시피 권총을 사랑하는 애는 원래 잘 쏘기 때문에 실제로 96점을 맞췄다. 나는 87점을 맞췄다. 10점을 한 5~6번 쏘다가 망했기 때문이다. 핰...너무 어이가 없었다. 연습 때는 잘 쏘지는 안았었는다. 막상 실전에서는 엄청 잘 쏘고... 3개월간 10발씩 매주 연습했던 점수 중 최하점이었다. 난 좀 슬펐다. 3개월간 연습한 게 바람이 되어 흩날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지 다음번에 또 해서 잘하면 되니까'라는 마음으로 선생님들과 인사를 하고 무겁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갔다. 웬일로 아빠가 빨리 와 있었다. 아빠 차를 타고 가는데 이상하게 3개월 동안 내가 매번 본 하늘 중 가장 붉은 하늘이었다. 뭐 끝났다고 하니까 좀 많이 아쉽고 섭섭했다.. 그냥 시원섭섭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나의 일요일을 책임져 주던 '사격'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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